문예세계문학선 신간 장 주네 ‘장미의 기적’ 표지
서울--(뉴스와이어)--문예세계문학선 신간(133)으로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시인인 장 주네의 ‘장미의 기적’이 출간됐다. 장 주네는 사르트르와 수전 손택이 각각 그를 ‘악의 성자’와 ‘혁명가’로 불렀다는 데서 알 수 있듯, 저항의 주제를 가장 개성 있게 풀어낸 작가로 평가받는다.
‘장미의 기적’은 1943년 상태 형무소에서 탈고한 주네의 두 번째 소설이다. ‘악’에 몰두하는 자들의 삶을 시적 산문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세계의 폭력적 위계에 균열을 내어 새로운 미학으로 나아간다. ‘장미의 기적’엔 한국의 장 주네라고 불리는 장정일 작가의 해제가 실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더 한다.
사생아로 태어나 생후 7개월 만에 유기당한 후 청소년기 때부터 감화원을 들락거린 장 주네는 본격적으로 창작 활동에 뛰어들기까지 절도, 동성애, 부랑 생활을 이어왔다. 그리고 주네는 자신의 삶에서 시작 산문을 꽃피웠다.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을 가장 신성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만드는 주네의 시적 언어는 기존 세계의 규범과 대립하는 독창적 미학을 창조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매혹했다. 1947년 주네가 상습 절도로 종신형을 선고받자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장 콕토, 앙드레 브르통이 나서 1949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도록 도운 일화는 유명하다.
‘장미의 기적’에서 주네는 청소년기를 보낸 메트레 감화원과 서른 즈음에 수감된 퐁트브로 형무소를 오가며 수감자 동료들에게 품은 사랑과 환상, 환희에 상상력을 더해 아름다운 시적 산문을 그려낸다. 상상력은 주네가 좁디좁은 감화원에서 언어와 세계를 창조한 원동력이다. 주네는 줄곧 바다를 항해하는 갤리선의 세계를 몽상한다. 갤리선은 제약 많은 현실에서의 불만족을 해소하는 자유의 공간이다. 상상 속 갤리선의 세계는 곧 현실로 이어지며, 현실의 환상의 연쇄 작용은 주네와 그 동료, 연인들의 세계를 단단하게 만들어 기존의 질서를 위협하고 위계를 뒤집는다.
책에는 역자 박형섭 교수의 해제와 한국의 장 주네라 불리는 장정일 작가의 해제가 함께 실렸다. 박형섭 교수의 해제는 장 주네의 삶과 작품 세계, ‘장미의 기적’의 문학사적 의미 등 작가 및 작품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 한편 장정일은 주네에 대한 새로운 독법을 제안한다. 장정일은 주네의 작품에 녹아 있는 작가의 독서 이력을 근거로 주네의 소설을 피카레스크 소설(악동소설, 악한소설)로 읽자고 제안한다. 주네의 작품을 피카레스크 소설로 읽는다면 오늘날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아포리아에 부딪힌 주네의 소설을 구해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정일의 주장이다. 요컨대, ‘주네를 가볍게 해주자’는 제안이다.
주네는 문학, 예술, 철학, 미학에서 독자적 위상을 가진 작가다. 독자와 연구자들은 시대에 따라 그의 가치를 새로이 갱신했고, 이 시도는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네가 창조한 언어와 세계의 빛깔이 그만큼 다채롭고 풍부하다는 의미다. 억압하는 세계에 대항해 자신만의 도덕성을 벼려낸 ‘악’에 대한 주네의 집요하고도 필사적인 탐닉에 독자들은 미학적, 윤리적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예출판사 소개
문예출판사는 1966년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돕고, 교양을 심어줄 수 있는 출판물의 발행을 통해 학교 교육만으로는 부족한 참된 인격 형성의 길을 마련하겠다는 출판 모토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단행본 출판을 중심으로 문학 및 기본 교양서를 꾸준히 펴내고 있는 국내 중견 출판사이다. 반세기 이상 사력을 쌓아오면서 지금까지 2000여 종 이상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현재 문예출판사에서는 수많은 국내외 문학작품 출판을 비롯해 학술도서 기획으로 철학사상총서, 인문사회과학총서, 문학예술총서, 문학평론 및 문학연구서, 한국미술총서 등 양서들을 출판하고 있다.